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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내지 마

모던 클래식, 가즈오 이시구로 / 새해의 목표는 수다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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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내지 마

"모던 클래식, 가즈오 이시구로 / 새해의 목표는 수다쟁이"

저자 가즈오 이시구로 | 출판사 민음사 | 제품ID 1554187008
출판일2009.11.20 | 페이지 399|ISBN 978893749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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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회사를 그만두고 책방을 하냐는 질문을 오조오억번 들었다. 처음에는 구구절절 보태는 말이 많았지만 반복되는 말은 점점 줄어들고, 군더더기가 빠진다. 그렇게 해서 지금 남은 말은 '힘들어서요.'라는 다섯 글자 뿐. 무엇이 힘들었냐 물으면 다시 말이 더해지지만, 거기에도 뺄 수 있는 '힘듦'이 있고, 끝내는 살아남는 '힘듦'이 있다. 나에게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말은 무엇이었나.
 
 
나는 그 아이디어가 별로라고 생각하는데도 어차피 말해봤자 바뀌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기에 '그렇게 가죠!'라고 하는 것이 힘들었다. 그렇게 일하면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알겠습니다!'라고 하는 것이 힘들었다. 그런 말들도 자꾸만 빠져나가서 결국에는 '넵'만 남았다. 넵병*을 야무지게 앓고나니 혼자가 되어있었다. 너무도 자유롭고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는 몸이었다.
 
 
이제와 돌이켜보면 나는 하고 싶은 말과 일이 많은 사람이었다. 이렇게 자발적으로 글쓰는 거 보면 말 다했지. 내가 생각하는 좋은 방법을 제안할 수 없는 상황이 답답했다. 물론 조금 더 세련된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 직장에 계속 다녔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안타깝게도 그 때는 지금보다 어렸고 용감했다. 어쨌든 나는 기꺼이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에 옮기고 싶었다. 모든 행동과 생각이 타인의 마음에 달려있다는 것,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은 참으로 답답한 일이었다.
 
/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 마(Never Let Me Go)』는 제목을 보았을 때부터 쎄했는데, 역시나 답답하고 뿌연 안개는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드리워져있다. 1990년대 후반, 헤일셤이라는 기숙학교에서 자란 세 명의 아이 - 캐시 루스, 토미 - 는 사실 인간에게 장기 이식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복제 인간이다. 어린 아이들은 아직 그들의 운명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성인이 되자 비극적인 끝을 예감하고 받아들인다. 다만 그들이 원하는 유일한 것은, 절절한 사랑을 증명하여 이식을 조금이라도 늦추는 일.
 
 
말을 잃는다는 것은 곧 나를 잃는 일이다. '내가 가지 않겠다'라는 선언과, '나를 보내지 말라'라는 애원은 하늘과 땅 차이다. 헤일셤의 아이들은 태생부터 무척 많은 말들을 잃고 살았다. 가지 않겠다는 말을 할 줄도 모르는 채로 끝을 맞이하게 되는 삶이 나와 멀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왜였을까. 나도 언젠가는 말을, 그러니까 나를 모두 잃어버린 채 '네넵!', '넵넵~', '넵!!'만 외쳤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렇지만 이제는 이렇게 길고 부질없는 말들을 써서 줄줄 늘어놓을 줄도 알게 되었다.
 
/
 
그러니까 새해엔 수다쟁이가 됩시다. 시를 읽으면 아직도 목이 간지럽고 너른 빈 종이가 아쉬워 옆에 뭘 자꾸 적는다. 말을 많이 하다가 가끔은 사소한 말실수도 하고, 그래서 머리를 긁적이며 진심으로 미안하다고도 하고, 미안하니까 커피도 한 잔 하고, 따뜻한 것을 마시며 또 다른 말을 해야지.
 
(이 책에 대해서 할 말이 '말'에 관한 것 말고도 너무 많은데, 계속 말을 하다가는 끝이 없으니까 다음과 다음 책들을 말하다가 말할 것이 떨어지면 다시 말을 해보려고 합니다.)


출판사 서평

출판사 서평
“나한테 영혼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있나요?”
인간의 장기 이식을 목적으로 한 복제 인간의 운명을 통해
삶과 죽음, 인간의 존엄성을 진지하게 성찰한 문제작
《타임》 선정 ‘100대 영문 소설’
전미 도서협회 알렉스 상, 독일 코리네 상 수상
현대 영미권 문학을 이끌어 가는 거장의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는 가즈오 이시구로의 대표작 『나를 보내지 마』(김남주 번역)가 민음사 모던 클래식으로 출간되었다.
『나를 보내지 마』는 1990년대 후반 영국, 외부와의 접촉이 일절 단절된 기숙 학교 ‘헤일셤’을 ...
“나한테 영혼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있나요?”
인간의 장기 이식을 목적으로 한 복제 인간의 운명을 통해
삶과 죽음, 인간의 존엄성을 진지하게 성찰한 문제작
《타임》 선정 ‘100대 영문 소설’
전미 도서협회 알렉스 상, 독일 코리네 상 수상
현대 영미권 문학을 이끌어 가는 거장의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는 가즈오 이시구로의 대표작 『나를 보내지 마』(김남주 번역)가 민음사 모던 클래식으로 출간되었다.
『나를 보내지 마』는 1990년대 후반 영국, 외부와의 접촉이 일절 단절된 기숙 학교 ‘헤일셤’을 졸업한 후 간병사로 일하는 캐시의 시선을 통해 인간의 장기 이식을 목적으로 복제되어 온 클론들의 사랑과 성, 슬픈 운명을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은 “독자로 하여금 날것 그대로의 죽음과 상실 그리고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의 참을 수 없는 연약함에 직면하게 하는 독창적인 방식”《(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리먼트》)으로 인간 생명의 존엄성, 삶과 죽음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불러일으킨다.
이 작품은《타임》 ‘100대 영문 소설’ 및 ‘2005년 최고의 소설’로 선정되며 화제가 되었고, 전미 도서협회 알렉스 상, 독일 코리네 상을 받았다. 또한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전 세계 37개국에서 번역되었고, 현재 「스토커」를 만든 마크 로마넥 감독이 영화로 제작하는 중으로 2010년 개봉 예정이다.
“인간의 삶의 방식”에 대한 성찰과 비판
『나를 보내지 마』는 199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인간 복제가 가능한 세상을 전제로 한다. 이미 인간의 장기 이식을 목적으로 복제 인간을 키워 내는 수용소만도 한둘이 아니며, 그곳들의 운영 방침 및 방식 또한 제각각이다. 외부와의 접촉이 완전히 차단된 기숙 학교 ‘헤일셤’ 또한 이런 곳 중 하나이다. ‘헤일셤’에서 학창 시절을 함께 보낸 캐시와 루스, 토미는 복제 인간이지만 이성과 감성을 가지고 있고, 스스로 사고한다. 이들은 자신의 모체가 되는 ‘근원자’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며, 장기 기증자의 운명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한편 자신의 생을 조금이라도 더 연장하기를 소망한다.
인간의 생명 연장에 대한 욕망은, 그간 유전공학이나 생명과학 쪽에서는 끊임없는 유전자 복제 실험으로, 문학과 영화 등 대중문화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유전자 복제를 소재로 한 작품들을 통해 발현되어 왔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인간 종말 리포트』,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마이클 베이 감독의 「아일랜드」 같은 디스토피아적 작품은 첨단 과학의 발전으로 이루어 낸 신세계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온전한 생명체이지만 인간의 욕망을 위해 자신의 희생을 전제로 살아가는 복제 인간의 삶을 통해, 생명의 존엄성에 의문을 던지는 것이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주인공이자 화자인 캐시는 자신들에게 다르게 요구되는 삶의 실체를 알게 된 후 “우리한테 영혼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있”느냐며 비통해한다. 복제 인간인 그들 자신에게도 “단 한 번뿐인 삶”이기 때문이다. 토미는 자신들에게 사실을 직시하게 해 주려다 해고된 ‘헤일셤’의 루시 선생님 판단이 옳았다고 말하면서 “이 모든 게 정말이지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내뱉는다. 토미의 이 말은 인간과 문명에 대한 작가의 통렬한 비판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이성과 감성을 지닌 하나의 생명체인 복제 인간을 죽임으로써 인간이 자신의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언젠가 실제로 가능하다면 과연 미래의 인류는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최첨단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 없이 미래는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가 될지도 모른다고 준엄하게 경고한다.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의 삶의 방식에 주목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한 《이브닝 스탠다드》는 “인간 복제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 과학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데 대한 통찰”이라고 평한 바 있다. 이러한 관점은 동양적인 철학을 바탕으로 한 작가의 작품세계 전체를 관통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네버 렛 미 고’
소설의 원제이기도 한 ‘네버 렛 미 고’는 본래 주디 브릿지워터의 팝송 카세트테이프의 세 번째 트랙에 담긴 곡의 제목이다. 이 작품에서 「네버 렛 미 고」가 수록된 카세트테이프는 인간과 복제 인간의 시각의 차이점을 보여 주는 주요 모티프이자, 세 주인공의 우정과 미묘한 사랑의 감정을 이어 가며 소설을 이끌어 가는 모티프이기도 하다.
캐시는 어느 날 오후 기숙 학교 침실에서 그 카세트테이프를 틀어 놓은 후 베개를 안고 눈을 감고 천천히 춤을 추면서 팝송의 후렴구를 따라 부른다. “오, 베이비, 베이비, 네버 렛 미 고…….” 캐시는 그 노래를 본래 내용과는 다르게 해석한다. 평생 간절히 아기를 바랐으나 아기를 낳을 수 없는 한 여자에게 기적이 일어나서 아기를 낳게 되고, 그녀가 아기를 품에 안고 아기에게 “나를 버리지 마”라는 의미의 후렴구를 읊조리는 장면으로 말이다. 그런데 이 순간 ‘헤일셤’ 운영에 관여하고 있는 외부인인 마담은 그 장면을 목격하고서 눈물을 훔친다.
캐시가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복제 인간인 자신의 운명을 그 노래에 투사했다면, 마담은 캐시의 몸짓을 과학의 발전으로 인간 생명의 연장이 가능해진 신세계에 대한 속절없는 저항으로 보고 연민을 느낀 것이다. 이는 또한 한없이 ‘인간적인’ 캐시의 관점과 냉철하게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일반인’ 마담의 시선이 교차되는 지점을 보여 준다.
이 사건 후 캐시는 자신에게 소중한 보물이었던 카세트테이프를 분실하고 결국 찾지 못한다. 그로부터 몇 년 후 이들은 ‘전국의 분실물이 모여 보관되는’ 노퍼크를 방문한다. 그곳의 한 소품 가게에서 캐시는 예전에 잃어버렸던 것과 같은 카세트테이프를 찾아내고, 토미에게서 선물로 받는다. 이후 캐시에게 그 카세트테이프는 ‘한때 서로 사랑의 감정을 가졌던 토미와의 추억’이 되고, 지금은 폐교가 되어 사라진 ‘추억 속 헤일셤에 대한 향수’로 평생 기억된다.
한편 젊은 시절 첫 소설을 발표하기 전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며 몇 군데 데모 테이프를 보내기도 했다는 이시구로는, 최근 음악과 황혼에 대한 다섯 단편을 모은 『녹턴』을 발표하는 등 음악에도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줄거리
캐시는 11년 이상 간병사로 일해 왔다. 그녀는 지금은 폐교가 된 기숙 학교 ‘헤일셤’ 출신으로, 소설은 그녀의 시선을 따라 추억 속의 헤일셤 시절과 현재가 교차되면서 진행된다.
여느 시골 학교와도 같이 평온해 보이지만 외부와의 접촉이 일절 차단된 ‘헤일셤’. 캐시 곁에는 루스와 토미가 있다. 토미는 미술 시간에 장난삼아 그린 수준 낮은 그림으로 친구들에게서 놀림을 받았지만, 셋은 속내를 털어놓는 친구로 잘 지냈다. 이곳에서는 1년에 몇 차례씩 판매회가 열려 왔다. 학생들은 각자 만든 작품을 서로 교환하고, 그때 나온 최고의 작품을 학교 외부에서 화랑을 운영한다는 마담이 가져가곤 했다. 이 판매회는 암묵적으로 학생들의 창의성과 예술성을 평가하는 자리가 되었지만 어느 선생님도 화랑이나 마담에 대해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어느 날 루시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그들의 운명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들이 인간의 장기 이식을 위해 복제되어 온 존재라는 선생님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아이들은 자신들의 존재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이후 이들은 코티지로 옮겼다. 헤일셤과 마찬가지로 그들이 잠시 거쳐 가는 이곳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유전자를 복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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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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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2부
3부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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