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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 그림자

공허한 이야기, 그러나 따뜻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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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 그림자

"공허한 이야기, 그러나 따뜻한 소설 "

저자 황정은 | 출판사 민음사 | 제품ID 1554969707
출판일2010.06.25 | 페이지 192|ISBN 9788937483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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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 덕분에 <백의 그림자>를 한 번 더 읽게 되었다. 예전에 읽었을 때에는 내용은 희미했지만, 주인공의 이름은 선명히 기억에 남았다.

무재씨와 은교씨. 참 이상했다. 소설 속 인물들은 큰 특징을 가진 인물들이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다만 맑고, 투명하고, 공허하고, 쓸쓸한 인물이라 생각했다. 소설의 전체적인 느낌도 인물들과 비슷한 색을 띠고 있었고, 하나를 더하자면 따뜻함이 있었다.

이 소설엔 여러 가지 특징이 있다.

1. 그림자가 일어나는 설정, 소설 속 환상적인 요소가 있다.

그림자가 일어나고, 그 그림자를 따라가게 되면 안 된다고, 위험하다고 소설 속 인물들이 말한다. 이 그림자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각기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데, 부정적인 어떤 것이라는 것에는 공감할 것 같다.

"요즘도 이따금 일어서곤 하는데, 나는 그림자 같은 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야. 저런 건 아무것도 아니다, 라고 생각하니까 견딜만해서 말이야. 그게 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니지만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가끔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고, 시간이 좀 지나고 보니 그게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이 맞는 것 같고 말이지. 그림자라는 건 일어서기도 하고 드러눕기도 하고, 그렇잖아? 물론 조금 아슬아슬하기는 하지. 아무것도 아니지만 어느 순간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닌 게 되어 버리면 그 때는 끝장이랄까, 끝 간 데 없이 끌려가고 말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2. 단어의 반복과 문장의 간결성.

황정은 작가님의 단어와 문장을 읽으면 간결함을 느낄 수 있다. 단어 하나와 문장 한 줄을 쓸 때 고심했음을 독자가 느낄 수 있을 정도이다. 특히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에 대해 생각해보지 못한 쪽으로 방향 전환을 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소설에서는 가마나 슬럼과 같은. 사유하는 언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어에는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하게 하는 힘이 있고, 작가는 그 언어를 사유한 흔적을 보여준다.


"은교씨는 슬럼이 무슨 뜻인지 아나요?

.....가난하다는 뜻인가요?

나는 사전을 찾아봤어요

뭐라고 되어 있던가요?

도시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구역, 하며 무재씨가 나를 바라보았다.

이 부근이 슬럼이래요.

누가요?

신문이며, 사람들이.

슬럼?

좀 이상하죠.

이상해요.

슬럼.

슬럼.

하며 앉아 있다가 내가 말했다.

나는 슬럼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은 있어도, 여기가 슬럼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요.

나야말로. "

3. 공허한 이야기, 그러나 따뜻한 소설.


이 소설은 활달한 이야기가 아니다. 무언가가 극적으로 출현하거나, 상황이 바뀌는 소설도 아니다.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거리가 느껴지는 말을 주고받고, 철거를 앞두고 있는 상가에서 일을 한다. 숲속에서 길을 잃고, 그림자는 일어선다. 상황 자체는 좋지 않고, 쓸쓸하지만 인물들은 자신들의 상황에 대해 낙담하거나, 좌절하거나 하지 않는다. 그저 좋아하는 사람과 따뜻하거나 찬 것을 먹고, 자신의 일을 한다. 무재씨와 은교씨처럼. 작은 전구를 여러 개 사면 꼭 하나씩 더 챙겨주는 오무사 할아버지처럼. 로또를 사기 위해 2천 원만 달라고 말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유곤씨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는 여 씨 아저씨처럼. 모두들 그림자를 가지고 살아가지만,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따뜻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이다.


나는 겨우 이만큼만 정리해보았지만, 책 뒤편에 신형철 평론가가 이 책에 대해서 애정을 가지고, 아주 잘 정리해 주셨다. 꼭 해설까지 모두들 읽어주셨으면 좋겠다.


"이 소설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이 소설은 사려 깊은 상징들과 잊을 수 없는 문장들이 만들어 낸, 일곱 개의 절(節)로 된 장시(長詩)다. 이 소설을 한 단어로 정리하면 이렇다. 고맙다. 이 소설이 나온 것이 그냥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백의 그림자 추천사, 신형철(문학평론가)



어제 이 책으로 독서모임을 진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책을 좋아해 주셨으면 하는 이야기가 나왔다. 어렵지 않은 소설이고, 함부로 위로하지 않는 책이라고, 우리가 가진 편견을 조금 놓게 해준다고, 세계를 확장시키는 책이라고 말이다. 많은 분들이 읽어주셨으면 좋겠다!


출판사 서평

출판사 서평
이 소설을 한 단어로 정리하면 이렇다.
고맙다.
이 소설이 나온 것이 그냥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 신형철(문학평론가)
한국 문학의 새로운 표정, 황정은의 첫 번째 장편소설
폭력적인 이 세계에서 그림자를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쓸쓸하고 따뜻하고 애잔한 사랑 이야기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첫 소설집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로 이른바 ‘황정은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황정은의 첫 번째 장편소설 『百의 그림자』가 출간되었다. 200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황정은은 ‘작가...
이 소설을 한 단어로 정리하면 이렇다.
고맙다.
이 소설이 나온 것이 그냥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 신형철(문학평론가)
한국 문학의 새로운 표정, 황정은의 첫 번째 장편소설
폭력적인 이 세계에서 그림자를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쓸쓸하고 따뜻하고 애잔한 사랑 이야기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첫 소설집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로 이른바 ‘황정은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황정은의 첫 번째 장편소설 『百의 그림자』가 출간되었다. 200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황정은은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소설’, ‘올해의 문제소설’에 선정되고, 한국일보 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등 굵직한 문학상 후보에 오르는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문단의 큰 주목을 받아 왔다. 단 한 권의 소설집을 낸 작가로서 ‘황정은풍’, ‘황정은식’이라는 수식어를 가질 만큼 그는 한국 문학사에서 다른 무엇과도 뒤섞일 수 없는 개성적인 표정을 지녔다.
이 소설은 2009년 《세계의 문학》 가을호에 전재되었던 작품으로, 김이설의 『나쁜 피』, 이홍의 『성탄 피크닉』에 이어 민음 경장편 시리즈 세 번째이다. 폭력적인 이 세계에서 그림자를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쓸쓸하고 처연한 삶을 이야기하며, 사랑이라는 게임을 언어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으로, 언어를 통해 서로를 애무하고, 이해하고, 마침내 사랑하게 되는, 그저 ‘황정은 특유의’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독특하고 아름다운 연애소설이다.
환상과 현실이 기묘하게 어우러진 독특하고 아름다운 연애소설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없이, 가장 아프고도 의연한 사랑을 말하다
“작년 가을에 한 문예지에 전재된 황정은의 첫 번째 장편소설 『百의 그림자』를 읽고 나는 이 소설에 대해 뭔가를 쓰지 않으면 안 된다는 다급한 의무감을 느꼈다.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이 이 소설을 읽을 수 있도록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百의 그림자』 덕분에 소설가 황정은에게 돌이킬 수 없는 신뢰감을 갖게 되었다.” 이는 작품 해설에서 밝힌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고백이다.
이 소설은 도심 한복판의 40년 된 전자상가에서 일하는 두 남녀, 은교와 무재의 사랑 이야기다. 재개발로 전자상가가 철거된다는 소식이 들려오게 되고, 그곳을 터전 삼아 살아온 사람들의 삶의 내력이 하나씩 소개된다. 그 와중에 이 소설은 시스템의 비정함과 등장인물들의 선량함을 대조적으로 보여 주면서 우리가 사는 이 세계가 과연 살 만한 곳인지 묻는다.
황정은의 첫 소설집이 출간되고 난 뒤 가장 많이 언급된 내용이 바로 ‘환상성’이었다. 황정은의 소설에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비현실적인 일들이 버젓이 일어난다. 모자로 변신한 아버지, 신체가 줄어들면서 오뚝이를 닮아가는 은행원, 사람의 말을 하며 주인을 평가하는 애완동물, 직립보행하는 모기 등 그가 창조한 환상적인 캐릭터들은 변화 불가능한 현실 앞에서 대응 능력을 상실한 소시민들의 소외감, 그 쓸쓸한 정서를 대변해 왔다.
황정은은 우리가 흔히 예외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보편화하고, 또 우리가 익숙하게 생각하는 것을 낯설게 만드는 방식으로, 환상을 통해 진짜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이 작품에서 환상은 그림자가 분리되어서 독립된 개체처럼 활보한다는 식으로 나타나는데, 소설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인물(사회적 약자들)이 겪었거나 겪고 있는 일로서 고통스러운 현실을 도저히 감당해 낼 수 없을 때 그림자가 분리되는 현상을 겪는다. 황정은은 그들의 불행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그림자가 분리되는 일종의 환상적인 현상을 통해서 그들의 아픔을 훨씬 더 쓸쓸하고 애잔하게 그려 낸다.
이 소설의 특징 중 하나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대화들, 얼핏 보면 어린아이들의 유치한 말장난처럼 보이기도 하는 무의미해 보이는 대화들에 있다. 예를 들면, 슬럼이 무슨 뜻이냐? 가마라고 계속 발음해 보면 그 가마가 그 가마가 아닌 것 같고 뭔가 이상하다, 라고 의심하는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들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을 함으로써 진짜 의미, 곧 진실을 찾아내려고 한다.
그녀의 작품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각자 쓸쓸한 존재들이다. 등단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인간이라는 존재의 ‘쓸쓸함’을 작품 속에서 표현해 왔다. 작가는 이 작품의 집필 기간 동안 “안에서 바깥을 응시하고 있다가, 이제 손잡는 법을 배워 가는 중인 것 같다. 짧은 순간이라도 사람 사이에 연대가 발생할 수 있고, 그것이 아주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발견했다”라고 밝혔다.
그가 ‘쓸쓸함’과 함께 천착해 온 주제는 바로 ‘폭력에 대한 성찰’이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폭력 그 자체보다는 폭력이 발생하는 맥락, 즉 타인에 대한 무관심이 폭력을 만들어 냄을 보여 준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난폭한 이 세계에서 따뜻한 것을 조금 동원하고 싶었다고 밝힌다. 이 소설은 폭력적인 세계에서 그림자를 지니고 살아가는 선량한 사람들의 쓸쓸하고 따뜻하고 애틋하고 애잔한 사랑 이야기다.
무재와 은교, 두 연인은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없이 가장 아프고도 의연한 사랑을 보여 준다. 황정은 특유의 정서와 울림으로 비윤리적인 비정함과 폭력에 대항하는 연인들을 통해, 가장 진실한 사랑을 보여 준다. 그러나 소설 속 사랑은 좁은 의미의 ‘연애소설’을 넘어서서 연인들의 공동체가 만들어 내는 대안적인 세계상을 보여 준다. 이를테면 먼 길을 온 손님이 행여나 다시 와야 할까 봐 늘 전구 하나를 더 넣어 주는 ‘오무사’ 할아버지의 그런 배려로 이루어지는 세계 말이다. 이 사랑은 바로 선량한 사람들의 선량함이 낳은, 그 선량함을 지켜 나갈 희망이 될 사랑이다.
이 소설은 두 남녀가 어두운 섬에서 나루터를 향해서 걸어가는 것으로 끝난다. 작가는 마지막 장면을 쓰면서 ‘이 두 사람이 어둠 속에서 누군가를 만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작가의 바람대로 어둠 속으로 걸어간 두 사람이 누군가를 만나기를, 또 다른 그림자, 바로 당신을 만나기를.
■ 작품 해설에서
이 소설을 몇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도심 한복판에 사십 년 된 전자상가가 있다. 상가가 철거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곳을 터전 삼아 살아온 사람들의 삶의 내력이 하나씩 소개된다. 그 와중에 이 소설은 시스템의 비정함과 등장인물들의 선량함을 대조하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과연 살 만한 곳인지를 묻는다. 이 소설을 두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이 소설은 우선 은교와 무재의 사랑 이야기로 읽힌다. 그러나 이 사랑은 선량한 사람들의 그 선량함이 낳은 사랑이고 이제는 그 선량함을 지켜 나갈 희망이 될 사랑이기 때문에 이 소설은 윤리적인 사랑의 서사가 되었다. 이 소설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이 소설은 사려 깊은 상징들과 잊을 수 없는 문장들이 만들어 낸, 일곱 개의 절(節)로 된 장시(長詩)다. 이 소설을 한 단어로 정리하면 이렇다. 고맙다. 이 소설이 나온 것이 그냥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 신형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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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가마와 가마와 가마는 아닌 것
입을 먹는 입
정전
오무사
항성과 마뜨료슈까

작가의 말
작품해설 :『百의 그림자』에 부치는 다섯 개의 주석 - 신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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